[생각 더하기] 호리 카즈오와 태정관 지령, 독도는 일본령이 아니다[경기일보, 2026.03.19.]

  • 등록: 2026.03.2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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◎ [생각 더하기] 호리 카즈오와 태정관 지령, 독도는 일본령이 아니다
[경기일보, 2026년 3월 19일]

○ 호리 카즈오와 태정관 지령, 독도는 일본령이 아님

- 일본 시마네현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2월 22일 ‘다케시마의 날’ 행사를 강행했음
: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하는 이 장면은 이제 낯설지 않음
: 뉴스 화면을 통해 익숙해진 그 풍경 앞에서 독도는 늘 감정의 언어로 먼저 다가왔음
: 독도 문제의 이면에는 감정과는 별개의 이야기가 존재함
: 소리 높인 주장이나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오래된 문서 한 장이 묵묵히 전하는 기록의 이야기임
: 그 기록을 다시 세상에 드러낸 인물이 일본 학자 호리 가즈오(堀和生)임

- 1987년 당시 30대 후반의 교토대 사학자였던 호리 박사는 일본 국립공문서관에서 ‘태정관 지령’(1877년)을 발굴했음
: 메이지 정부 최고 행정기관이었던 태정관이 내무성에 전달한 이 문서에는 분명한 문장이 적혀 있었음
: “울릉도(죽도) 외 1도는 일본과 관계없음을 명심할 것.”
: 이는 단순한 내부 검토 의견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공식 절차를 거쳐 행정 판단으로 내려졌음

- 지령에는 한참 뒤인 2006년 발견된 ‘기죽도약도’라는 부속지도도 함께 첨부돼 있었음
: 지도 속에서 울릉도와 독도는 일본 영토와 분명히 구분된 모습으로 확인됨
: 19세기 후반 일본 정부가 이 섬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 더 이상의 해석이 필요 없을 만큼 분명히 알 수 있음
: 독도 문제는 여기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기록과 법리의 문제로 실체를 밝혀 주고 있음

- 이 문서는 1905년 시마네현의 독도 편입 고시와 자연스럽게 대비됨
: 일본 정부는 러일전쟁 중 독도를 무주지로 보고 선점했다고 주장해 왔음
: 그러나 약 30년 전 같은 정부가 “관계없다”고 판단했던 섬이 어느 순간 주인 없는 땅이 됐는지에 대한 논리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태임
: 더구나 영토 편입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 고시 형식으로 처리했다는 점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움

- 국제법에서는 국가의 말과 행동의 일관성을 중요하게 판단함
: 한 국가가 공식적으로 표명한 입장은 이후의 주장과도 연결돼 해석하는 것이 원칙임
: 이른바 ‘금반언(禁反言·Estoppel)의 원칙’이 거론되는 이유임
: 물론 구체적인 법적 적용을 둘러싼 논의는 신중해야 함
: 다만 과거의 공적 기록과 이후의 정책 사이에 놓인 간극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는 여전히 남는 질문임

- 이 대목에서 호리 가즈오라는 이름은 깊은 메시지를 전달했음
: 그는 한국의 주장을 대변한 인물이 아님
: 일본 학자로서 일본 정부의 문서를 읽고 그 문서가 말하는 바를 그대로 세상에 내놓았을 뿐임
: 국가의 입장에 편승하지도, 시대의 분위기에 침묵하지도 않았음
: 그의 작업은 외부의 비판이 아니라 내부의 기록이 스스로 말하게 한 결과였음

- 독도는 우리에게 역사적·정서적 의미가 깊은 공간임
: 그렇기에 더욱 이성적인 언어가 필요함
: 감정이 앞서기 쉬운 문제일수록 기록은 오히려 차분하게 읽혀야 함
: 호리 가즈오가 찾아낸 ‘태정관 지령’은 독도 문제가 단순한 외교 분쟁이나 민족 감정의 대상이 아님을 보여줌
: 동시에 근대 국가가 남긴 문서와 그 일관성을 묻는 문제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조용히 증언함

- 독도를 둘러싼 논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
: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함
: 목소리가 커질수록 기록은 더 낮은 자리에서 오래 남음
: 150여년 전 일본 정부 스스로 남긴 한 장의 문서는 오늘의 주장에 질문을 던지고 있음
: 그 질문 앞에서 우리가 할 일은 분노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문서를 다시 펼치는 일일지 모름
: 독도를 지키는 또 하나의 방식은 그렇게 기록을 끝까지 읽는 데서 시작됨

○ 링크 - 호리카즈오와태정관지령독도는일본령이아니다[경기일보, 2026.03.19.]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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