이상한 독도방어훈련‥윤석열 정부에서 처음으로 '세 가지'가 사라졌다[MBC, 2024.09.02.]

  • 등록: 2024.09.0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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◎ 이상한 독도방어훈련‥윤석열 정부에서 처음으로 '세 가지'가 사라졌다
[MBC, 2024년 9월 2일]

○ 독도방어훈련

- 지난 8월 21일, 동해 울릉도·독도 인근 해상에서 과거 독도방어훈련으로 불리던 동해영토수호훈련이 실시됐음
: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글에서는 동해영토수호훈련 대신 독도방어훈련이란 표현을 쓰겠음

- 이번 독도방어훈련은 윤석열 정부 들어 5번째로 실시됐음
: 독도방어훈련은 해군 교육훈련 지침에 따라 매년 2차례 실시하게 돼 있음
: 언제 훈련을 실시할지 시점이 정해져 있진 않음
: 다만 최근 10년간의 훈련 내역을 보면 상반기엔 6월, 하반기엔 12월에 집중적으로 훈련이 이뤄졌음
: 특히 상반기 훈련의 경우 8월 이후로 훈련 시기가 넘어가는 건 극히 이례적이었음
: 8월이 됐는데 왜 아직도 훈련 소식이 없을까 궁금했던 이유임
: 결국 8월 말이 되어서야 훈련을 하긴 했는데 윤석열 정부만의 특이점이 눈에 들어왔음
: 이전과 달리 윤석열 정부에서의 독도방어훈련은 세 가지가 없었음

1. '상륙 저지·탈환' 육상 병력

- 독도방어훈련엔 해군 함정과 해경 함정, 해군 및 공군 항공기, 독도경비대, 해병대와 해경 특공대, 해군 특전대대 등이 참가함
: 함정이 바다에서 기동하며 독도로 침범하려는 세력을 막고 항공기는 이를 지원하는 것임
: 침범 세력이 독도에 상륙한다면 독도경비대와 최초 교전이 벌어지게 되는데 이후 해병대나 해경 특공대, 해군 특전대대 등이 투입돼 섬을 방어하고, 빼앗겼을 경우 다시 탈환하는 작전을 벌이게 됨

- 지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상반기에 치러진 훈련만 놓고 봤을 경우 크게 수상함과 항공기, 육상 세력이 훈련에 참가했던 걸 확인할 수 있음
: 매번 훈련 때마다 참가 전력의 규모가 다른데 해경 함정을 포함한 수상함은 5~16척, 항공기는 공군 전투기를 포함해 3~11대가 참가했음
: 육상 세력은 해경 특공대나 해병대 수색대, 해군 특전대대 등이 번갈아가며 동원됐음

-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엔 훈련에서 육상 병력이 사라짐
: 상반기뿐만 아니라 하반기 훈련을 포함해도 지금까지 5번의 훈련에서 단 한 차례도 육상 병력이 투입되지 않았음
: 수상함은 4~5척이 동원됐고, 항공기는 2023년 하반기 훈련에서 딱 한 번, 1대가 동원됐음
: 특수전 부대가 훈련에서 빠졌다는 건 육상에서의 독도 방어를 오로지 독도경비대에만 맡기겠다는 것이고, 독도를 점령당했을 때 이를 탈환하는 훈련에 대해선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다는 걸 의미함

- 지난달 치러진 훈련에는 해군 함정 3척, 해경 함정 2척 그리고 독도경비대가 훈련에 참가했음
: 항공기 1대는 참가할 예정이었는데 기상 불량으로 빠졌음
: 이전 정부들과 비교하면 많게는 3분의 1 수준까지 훈련 규모가 축소된 것임
: 해경 함정까지 포함해서 4척이냐, 5척이냐의 차이는 있지만 사실상 역대 최소 수준의 훈련이 계속되고 있는 셈임

- 해군, 지난달 훈련이 역대 최소 수준으로 치러졌단 MBC 보도에 대해
: "예년과 유사한 참가 규모와 내용으로 실시됐다"며 역대 최소가 아니라고 강조했음
: "실전적으로 훈련을 시행했다"고 반박했음

-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훈련 규모가 축소됐던 2020년과 2021년에도 수상함 5~7척, 항공기 1~4대가 동원됐었음
: 전 세계적인 감염병 유행 탓에 어쩔 수 없이 훈련 규모를 줄였을 때보다 더 소규모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것임

- 이러다 보니 국회 입법조사처가 훈련 규모 복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음
: "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시도가 더욱더 노골적이고 강해지고 있는 만큼…
이전의 규모로 독도방어훈련의 규모를 복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음"(국회입법조사처 '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')

2. 일본

- 윤석열 정부의 독도방어훈련에 없는 두 번째 요소는 다름 아닌 일본임

- 지난달 훈련이 끝난 뒤 입수한 해군의 훈련 내용엔 크게 두 가지가 있었음
: '가상국 도발 유형별 대응절차 숙달', 그리고 '해군-해경-경찰 간 작전수행능력 향상'임

- 그럼 독도방어훈련에서 해군이 설정한 가상국은 어디일까요?
: 해군의 답은 '없다'임
: 어떤 국가가 독도를 침범하는지에 대한 가정 없이 막연히 어딘지 모를 제3국의 침입 상황을 상정해 훈련을 진행했다는 것임
: 이게 가능할까요?
: 이전에도 이렇게 훈련을 했을까요?

- 독도방어훈련 계획안 수립 업무를 했던 한 전직 해군 장교에게 물어봤음
: 전혀 그렇지 않다며 어이없어했음
: 이 전직 장교에 따르면 훈련에 앞서 생각보다 훨씬 상세한 준비 과정이 있었음
: 가상국은 당연히 일본임
: 일본 자위대 전략자산이 실제 훈련 시점에 어디에 전개해 있는지, 세력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부터 정확히 확인함
: 이 전략자산이 어떻게 독도로 접근해 침탈 시도를 할지 모든 시나리오를 예상해 대응 작전을 구상함
: 이를 종합하면 작전 계획안이 수립되는 것임

- 해군은 이런 가상국 없이 훈련 계획을 세우고 진행했다고 했음
: 특정국을 설정하면 외교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음
: MBC 보도 후엔 "가상적국을 설정하고 훈련을 실시했다"고 반박했음
: 다만 "가상적국이 특정국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"라고 덧붙였음
: 훈련 상대로 가정한 가상국이 있다는 건지 없다는 건지 알 수 없는 답변임

- 윤석열 정부 독도방어훈련에서는 일본이 사라지고 있지만, 일본은 독도 주변에서 더욱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음
: 지난 2022년 9월, 한미일은 연합 대잠훈련을 실시했음
: 훈련 장소는 독도에서 약 150km 떨어진 공해상이었음
: 작년 7월에도 동해 상에서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함께 미사일 방어훈련을 했음
: 우리가 일본 손을 잡고 독도 근처로 이끌고 있는 셈임

- 윤석열 정부의 구애 탓인지 일본의 행동은 점점 대담해지고 있음
: 작년 8월 12일, 광복절을 사흘 앞두고는 급기야 해상자위대 소속 소해함 1척이 독도 동남쪽 영해 외곽 20여km까지 접근했음
: 우리 군에는 비상이 걸렸음
: 독도 인근에 있던 해경 함정은 영해 접근금지 경고통신을 했고, 해군 함정과 항공기도 파견돼 일본 소해함을 추적·감시했음
: 이 사실은 MBC 보도 전까지 1년 동안 비밀로 묻혔음

- MBC가 이 사실을 보도하자 합참은 "당시 일본 소해함이 러시아 군함을 따라 항해하면서 접속수역을 일부 통과했다"고 설명했음
: "영해를 침범한 것도 아니어서 공개하지 않았다"고 해명했음

- 일본 순시선은 더 대담함
: 말 그대로 제집 앞마당 드나들 듯이 독도 주변을 배회하고 있음
: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해경이 확인한 일본 순시선의 위치를 지도에 표시해봤음
: 대략적인 위치가 아닌 경도와 위도 좌표를 정확히 해도에 찍어 표시한 자료임
: 지난 2019년부터 작년까지 일본 순시선이 나타났던 경위도 좌표도 갖고 있지만 너무 많아서 지도엔 올해 자료만 찍었음

- 해경은 일본 순시선이 영해를 침범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음
: 위의 지도를 보면 영해에서 12해리의 거리를 두고 설정하는 접속수역은 수시로 침범했던 걸 알 수 있음
: 일본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센카쿠 열도에서 중국 배가 접속수역을 침범하면 마치 영해를 넘어온 듯 공개적으로 강력 반발함
: 그러면서 독도의 접속수역은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한다는 건 독도를 자기네 땅으로 생각한다는 거겠죠
: 해경 함정이 경고 방송을 하긴 하지만 '영해를 넘은 건 아니니까' 생각하며 정부 차원의 공식 항의는 한차례도 하지 않는 우리 정부와는 정반대의 모습임

3. 의지

- 윤석열 정부 독도방어훈련에 없는 세 번째 요인은 '정부의 의지'임
: 이번 취재 과정에서 자주 들었던 표현이 바로 의지였음

-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
: 예비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잠수함 함장, 잠수함 전대장 등을 역임했음
: "일본이 이제 해군력이 강하기 때문에 갑자기 독도를 점령해 버리면 대안이 없는 거예요. '만약에 독도를 점령하면 이렇게 우리가 하겠다' 이런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죠.“

- 익명의 한 현역 해군 장교 역시 이렇게 설명했음
: "독도방어훈련은 고난이도의 훈련이 아니다. 그걸 해야 독도를 수호하는 능력이 생기고 안 하면 능력이 줄어들고 그렇진 않다. 우리가 독도 수호 의지를 갖고 있다는 걸 대내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본다."

- 문제는 이 의지를 해군이 갖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임
: 독도방어훈련의 규모와 시기 등은 해군이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음
: 훈련 계획안을 결재하는 건 해군 작전사령관이지만 국방부, 나아가 대통령실까지 조율을 거쳐 결정됨
: 독도방어훈련은 연례적인 해군의 한 훈련이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임
: 이건 진보, 보수를 떠나 모든 정부에서 마찬가지였음

- 독도방어훈련이 사상 최대 규모로 실시된 건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19년이었음
: 수상함 16척, 항공기 11대, 해군 특전대대와 해병대 신속기동부대, 특전사 대테러팀이 동시에 동원됐음
: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일 관계에 긴장감이 커지던 시기였음

- 박근혜 정부 때도 이에 못지않았음
: 2015년 5월 실시된 훈련에는 수상함 10척과 항공기 5대, 해병대 수색대, 해군 특전팀, 해경 특공대가 참가했음

-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, 천양지차의 규모임

- 독도방어훈련은 언제 실시할지조차 정하지 못하며 올해 유독 더 표류했음
: 대부분의 상반기 훈련이 실시됐던 시기인 6월엔 제주 남쪽 해상에서 한미일 연합훈련을 실시했음
: 7월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15년 만에 직접 일본 방위성을 찾아가는 정성을 보이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을 가졌음
: 한미일 안보협력을 '불가역'적으로 제도화하며 3국 군사동맹으로 나아갈 토대를 마련했단 평가까지 나온 회담임
: 정치적인 고려를 거쳐 결정되는 독도방어훈련은 뒤로 밀리며 소극적으로 치러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임
: "일본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현 상황에서도 독도방어훈련 맥락이 이어지고 있다는 자체에 의미가 있다"는 한 해군 장교의 말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함

- 미온적인 윤석열 정부의 태도와 달리 일본 정부의 말은 거침이 없음
: 급기야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은 공개 기자회견에서 "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것을 감안하여 (독도방어훈련을)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"며 이렇게 말했음
: "今般類似の訓練を一切行わないよう强く求めたところであります"
: '독도방어훈련과 유사한 훈련을 일절 하지 말라'는 뜻임

- 외교부, 일본의 항의에 대해
: "우리는 이를 항상 일축해온 바 있다“
: "독도에 대한 일본의 부당한 주장에 대해선 앞으로도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"이라고 강조했음
: 우리의 영토 주권을 향한 모욕적인 발언에도 별일 아닌 듯 여기는 반응임

- 최근 한미일은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1주년을 맞아 공동성명을 발표했음
: 대통령실은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고 협력 범위도 확장됐다고 평가했음
: 이렇게 뜻깊은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리기 바로 닷새 전, 일본 해상자위대 소해함은 독도 인근으로 접근했음
: 아무리 협력 관계가 깊어져도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만큼은 거두지 않겠다는 일본의 의지는 분명해 보임
: 우리 정부도 할 말은 하고, 해야 할 훈련은 제대로 하며 영토 수호의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하지 않을까요?

○ 링크 - 이상한독도방어훈련석열정부에서처음으로세가지가사라졌다[MBC, 2024.09.02.]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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