정권 바뀌어도 돌이키기 어렵게? 독도가 위험하다[오마이뉴스, 2024.09.02.]
◎ 정권 바뀌어도 돌이키기 어렵게? 독도가 위험하다 [강명구의 뉴욕 직설] '대일 굴욕 외교' 윤석열 정부의 위험한 도박 [오마이뉴스, 2024년 9월 2일] ○ 거칠고 또 거칠음 -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을 보면서 늘 드는 생각임 : 뇌수술에 마치 소나 닭 잡는 무딘 칼을 함부로 사용하는 느낌임 : 매사 억지와 우격다짐이 판을 침 - 윤 대통령은 이런 고집불통, 안하무인식 권력 행사를 뚝심 있는 리더십으로 오해하는 듯함 : 그렇지 않고서야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비상의료체계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고, 경제는 잘 살아나고 있으며, 채 해병 외압 의혹의 실체가 수사로 잘 드러나고 있다고 발언할 수 있겠는가 : 이미 오래전부터 '벌거벗은 임금님' 상황에 빠져 있으나, 본인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방증임 - 이런 왜곡된 현실 인식은 뉴라이트 관련 질문에 대한 '잘 모른다'는 답변에서도 드러남 : 용어 정의의 혼란을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고, 친일 식민지배 미화 인사 임명의 책임을 부하에게 전가했음 : 제헌헌법부터 천명된 대한민국의 법적 정통성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음 : 이러한 모호한 태도와 책임 회피는 국가 지도자로서의 역사 인식과 리더십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함 : 윤 대통령에게 합리적인 토론이나 민주적 의사 수렴을 기대하는 것은 이제 사치스러운 소망이 되었음 - 아무리 힘겹고 어렵더라도 대통령에게는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또 들으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사안들이 있음 : 국가의 중장기 외교안보 전략 및 국가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들임 : 윤 정부의 대일 외교는 일본의 교묘한 전략에 말려 들어 우리의 국익과 주권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음 ◇ 일본의 한국 정부 활용법 - 윤 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고 자평할지 모름 : 일본 정부와 정치권은 아베 정권 이후 일본의 대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임 - 일본은 우리의 정권 교체와 대일 정책 변화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왔음 : 비우호적 정권 때는 관계 개선을 지연시키고, 우호적 정권 때는 신속히 접근하며, 강경책과 유화책을 번갈아 구사했음 : 우리 사회 내 '반일-친일' 갈등을 이용해 외교적 주도권을 확보해 왔음 - 1990년 이후로만 국한해서 보자면, 1995년 무라야마 담화와 1998년 김대중-오부치 선언은 양국의 진보적 흐름과 맞물린 결과였음 : 무라야마 담화는 사회당 출신 총리의 일시적 변화였고, 김대중-오부치 선언은 리버럴 성향 일본 정부와의 예외적 합의였음 - 2000년대 이후 일본의 보수 우경화가 심화되면서 과거사 문제에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해 왔음 : 2005년 '다케시마의 날' 제정과 역사교과서 왜곡 사건이 그 시작이었음 : 우리의 강경 대응을 오히려 '감정적'이라 부각시키며 양국 관계를 악화시켰음 :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관계 개선이 시도되었으나,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태도로 인해 여론이 다시 악화되었음 : 결국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 관계는 급격히 경색되었음 -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자 일본은 다시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음 : 아베 정부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에 나서, 2015년 12월 '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'이라는 문구가 포함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끌어냈음 -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과 2018년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계기로 일본은 다시 강경책으로 선회했음 : 아베 정부는 이 판결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, 2019년 7월 우리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했음 : 이 조치는 단순한 경제 조치가 아니라, 과거사에 대한 우리 사회의 굴복을 강요하는 정치적 조치였음 - 우리의 정권 교체마다 바뀌는 대일 전략은 일본의 교묘한 외교에 이용당해 협상력만 떨어뜨렸고, 결국 일본은 우리에게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냈음 : 윤 정부의 급격한 대일 정책 전환을 일본은 자국 외교의 승리로 볼 것임 ◇ '양보의 덫'에 빠진 윤 정부 - 일본은 윤 정부 출범을 기회로 삼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한일 관계를 유도했음 : 2023년 3월 강제징용 '제3자 변제안' 발표를 계기로 정상회담, '셔틀 외교' 복원, 군사정보보호협정(GSOMIA) 정상화까지 일본의 의도대로 이끌어냈음 : 이는 표면적 관계 개선으로 포장되었으나, 실질적으로는 일본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과였음 - 일본은 미국과 연계하여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를 추진했음 : 2022년 하와이 인근에서의 '퍼시픽 드래곤' 합동훈련을 시작으로, 2024년 동중국해에서의 '프리덤 에지' 훈련, 3국 해군 합동훈련 등을 통해 한국을 미일 주도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빠르게 편입시켰음 : 이는 군사대국화를 꿈꾸는 일본의 전략적 이해에 부합하지만, 장기적으로 우리의 국익과 주권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 - 실제 윤 정부의 양보에 일본은 더 강한 요구로 화답하고 있음 : 최근 일본 방위상은 독도 관련 훈련을 일절 중단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고, 윤 정부 출범 이후 수십 차례 독도 근방에 군함을 보내고 있음 - 앞으로가 더 문제임 : 일본은 독도 도발 수위를 계속 높일 것으로 보임 : ‘독도 문제’가 한일 관계 개선의 걸림돌이 되면 미국의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임 : 미국은 한미일 3국 군사협력을 중국 견제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어, 오는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한일 관계의 경색이나 위기를 수수방관할 수 없는 처지임 - 윤 정부 : 내년 6월 한일 기본조약 60주년을 맞아 '신한일공동선언'과 같은 공동합의를 통해, 정권이 바뀌어도 회귀하기 어려운 수준의 대타결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됨 : 아마도 윤 정부 최대의 외교 치적으로 역사책에 기록되길 희망하고 있지 않을까 싶음 -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독도 도발 수위를 높이면 높일수록 그 협상 과정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농후함 : 일본은 ‘독도 문제’를 한미 양국을 상대로 한 전략적 '꽃놀이패'라고 판단하고 있을 것임 - 역사적으로도 일본은 한일 갈등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미국의 개입을 유도하고 자국 이익을 극대화해왔음 : 1965년 한일 기본조약, 2015년 위안부 합의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들임 : 이는 미일 동맹을 한미동맹보다 우선시하는 미국의 입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임 - 이 패턴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체결 과정에서부터 명확히 드러났음 : 당시 일본은 미국 측 협상 대표자들에 대한 로비를 통해 독도 영유권 문제를 협정에서 배제시켰음 : 이에 반발한 이승만 대통령은 1952년 1월 '평화선'을 선포하며 독도를 우리 영토로 편입시켰음 : 일본은 미국의 개입과 중재를 요청했고, 미국은 이승만 정부에 원조 문제 등으로 다각적인 압박을 가했음 - 최근 일본이 독도 도발 수위를 높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음 : 일본은 윤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까지 도발의 수위를 끌어올리고, 한일 관계의 긴장과 갈등도 상당 기간 감수할 것임 : 이는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개입을 유도하고, 결국 윤 정부에 대한 외교적 압박과 양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임 - 독도와 관련해 특히 주목할 점은 일본 정치권의 극우화임 : 일본 국회의원 중 상당수는 2~3세 정치인들로, 많은 이들이 극우 성향의 '일본회의'와 연관되어 있음 : '일본회의'는 천황 중심 국가 체제 복원, 야스쿠니 신사 공식 참배, 교육 칙어 복권, 전후 평화 교육 폐지를 목표로 하는 극우 조직임 : 이들은 국내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도 독도를 더욱 쟁점화해 나아갈 것임 ◇ 행동으로 말할 때다 - 윤 정부의 대일 외교는 사실 굴욕의 연속임 : 일본의 교묘한 전략에 말려들어 ‘독도 문제’부터 군사협력까지, 우리의 핵심 이익이 위협 받고 있음 : 이는 단순한 외교적 실수를 넘어 국가의 운명을 뒤흔들 중대한 위기임 - 국민들의 분노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음 : 많은 이들이 일본의 숨은 의도를 꿰뚫어 보며 분노하고 있음에도, 윤 정부는 마치 일본을 위해 순교할 각오라도 한 듯 무모한 질주를 멈추지 않고 있음 : 더 늦기 전에 이 폭주 열차에 제동을 걸어야 할 때임 : 윤 정부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저항과 반발이 필요함 - 더 이상 공허한 읍소로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음 : 야권과 시민사회는 즉각 행동에 나서 정부의 독단적 국정 운영을 저지하고,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균형 잡힌 대일 전략을 강력히 요구해야 함 : 우리의 주권과 존엄이 걸린 문제에서 침묵은 곧 공모임 : 지금은 행동으로 말할 때임 ○ 링크 - 독도가위험하다[오마이뉴스, 2024.09.02.]