미군의 독도 민간인 학살을 기억함[경향신문, 2025.05.25.]

  • 등록: 2025.05.2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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◎ 미군의 독도 민간인 학살을 기억함
1948년 6월8일 사전통보도 없이 / 미군, 폭격 후 기관총으로 난사
생존자 “150명 이상 숨져” 증언 / 새 정부는 ‘학살’ 진상 규명해야
[경향신문, 2025년 5월 25일]

○ 독도에 발을 디딘 관광객들은 감격에 겨워 모두 애국자가 됨

-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다짐을 하고 태극기를 흔들다 떠나감
: 그런데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사실 말고 우리가 독도에 대해 아는 것이 무엇일까?
: 수백년 동안 조업을 하며 독도를 지켜낸 것은 거문도 등의 전라도 섬사람들이란 사실을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?
: 그러니 독도에서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있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금시초문일 것임

- 독도만이 아님
: 한국전쟁 중에는 여수의 섬에서도 미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있었음
: 1950년 8월3일 미군 전투기가 안도 인근 해상에서 부산을 출발해 제주도로 향하던 피란선을 기총 사격했음
: 이로 인해 승선자 250여명 중 200여 명이 사망하고 50여 명이 부상을 입었음
: 같은 해 8월 9일 여수의 횡간도 해상에서도 미군이 조기잡이 어선 250여 척을 향해 기총 사격해 어부 20여 명이 학살당했음

- 독도에서는 전쟁 중도 아닌데 미군의 폭격으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음
: 이 폭격은 미군이 한국인을 사람으로 대우하지 않고 사냥감으로 취급했다는 뜻임
: 그 증거가 안용복기념관의 ‘독도조난어민위령비’에 새겨져 있음

- 1948년 6월 8일 미군은 사전 통보도 없이 독도를 타깃으로 폭격 연습을 시작했음
: 일본 오키나와에서 출격한 미 공군 제93중폭격비행단의 B29 폭격기 20대가 독도 주변 해상에 무차별 폭탄을 투하했음
: 이 폭격으로 독도 앞바다에서 미역을 채취하고 조업하던 울릉도와 강원도 어민들이 집단으로 학살당했음

- 사건 발생 후 미 군정청은 어선 11척이 파괴되고 어민 14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음
: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조업 중이던 어선이 30여척이었고, 사상자도 150명이 훨씬 넘었다는 사실이 확인됐음
: 생존 어부들은 “30여척의 동력선에 한 척당 5~8명이 승선했으니 150명 이상 숨졌을 것”이라고 증언했음

- 당시 독도는 연합국 최고사령관 각서 제1778호(1947년 9월16일)에 의해 주일 미 공군의 폭격 연습지로 지정돼 있었음
: 미군정청은 의도적이 아니었다고 변명했지만 30여척이나 조업을 하는데 미군 조종사들 눈에 어선들이 보이지 않았을 까닭이 없음
: 표적 사냥을 자행한 것이 명확함
: 묻혀버릴 뻔했던 미군의 무자비한 살육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사건 다음날인 6월9일 독도로 조업을 나온 어민들에게 구조된 장학상씨(당시 36세·1996년 사망) 등 목격자 덕분이었음

-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
: 어선들은 조업하고 일부 어민들은 미역과 해산물을 채취하면서 점심 식사를 준비하다 독도로 접근하는 한 무리의 비행기를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음
: 갑자기 미군이 폭탄을 투하하고 기관총을 난사했음
: 모두 4차례에 걸친 폭격과 총격으로 어민들 대다수가 그 자리에서 즉사했음
: 미국은 처음 폭격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 6월 17일이 되어서야 폭격을 시인했음
: 7월 9일 미 군정청은 소청위원회를 구성해 피해 내용을 조사했고, 1명을 제외한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완료했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며 사건은 덮어지고 말았음

- 진상 규명도, 피해 배상도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덮어지자 강원도와 울릉도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음
: 한국 정부는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1950년 6월 8일, 독도 동도의 몽돌해안에 ‘독도조난어민위령비’를 세웠음
: 당시 위령비 제막식에는 조재천 경상북도 도지사와 해군 의장대 등 100여 명이 참석했음

- 학살이 조난이라니 어불성설이 아닌가
: 우리는 미국의 눈치를 보며 학살을 학살이라고 말하지도 못하는 참혹한 시대를 살았음
: 비석은 1959년 유실됐고 2005년 경상북도가 독도 동도에 다시 세웠음
: 원래 비석은 2015년 바다에서 발견돼 안용복기념관에 보관되고 있음

- 울릉도 주민들은 매년 6월8일 독도에서 희생 어민 위령제를 지냄
: 기상이 나빠 독도 접안이 어려우면, 안용복기념관 앞에서 위령제를 지냄
: 다시 그 학살의 날이 돌아옴

- 새 정부는 미군에 의한 독도 양민학살 사건의 진상을 다시 규명해야 마땅함
: 조난자위령비도 ‘미군 폭격 희생자 위령비’로 다시 세워져야 함
: 수백 년 전 일본의 막부로부터 울릉도가 조선 땅이란 문서를 받아냈던 어부 안용복의 후예인 우리 어민들의 억울한 죽음을 신원해주는 것이야말로 역사를 바로 세우고 독도가 우리 땅임을 증명하는 지름길임
(강제윤 섬연구소장)

○ 링크 - 미군의독도민간인학살을기억함[경향신문, 2025.05.25.]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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