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특파원 시선] '다카이치 일본 총리'에 대한 불안과 기대[연합뉴스, 2025.10.18.]
◎ [특파원 시선] '다카이치 일본 총리'에 대한 불안과 기대 [연합뉴스, 2025년 10월 18일] ○ '다카이치 일본 총리'에 대한 불안과 기대 - 작년과 올해 일본 패전일인 8월 15일 야스쿠니신사에 취재하러 갔다가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을 봤음 : 그는 작년에는 경제안보담당상, 올해는 중의원(하원) 의원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찾았음 : 집권 자민당의 강경 보수 성향 잠룡으로 평가받던 그는 참배를 마치고 나올 때마다 잠시 멈춰 서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소신을 밝혔음 : 존숭하는 마음으로 감사 혹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는 것이 답변 골자였음 : 야스쿠니신사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도 합사돼 있다. 애도 대상에는 이들도 포함됐을 것임 : 그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일본인이 마땅히 해야 할 행위라고 느끼는 듯했음 - 그런 다카이치 의원이 지난 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됐음 : 세 번째 도전 끝에 당권을 장악한 그는 무난히 총리가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, 자민당과 26년간 협력 관계를 유지한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하면서 위기를 맞았음 : 중의원 의석수 분포와 정당 간 협의를 고려했을 때 야권의 총리 후보 단일화 협상이 극적으로 진전되지 않는다면 다카이치 총재가 내주 총리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됨 -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 총리로 취임할 경우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겠다고 공언했던 그는 올해는 태도를 바꿔 "적절히 판단하겠다"는 답변을 되풀이했음 : 사실 '적절히 판단하겠다'는 일본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이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여부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모범 답안처럼 내놓는 말임 : 2013년 10월 당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계획에 대해 "총리 자신이 적절히 판단할 것"이라고 밝혔음 : 지난해 10월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관련 질문에 같은 답변을 했음 : 아베 전 총리는 2013년 12월 야스쿠니신사를 현직 총리 신분으로 참배했고, 이시바 총리는 취임 이후 한 번도 야스쿠니신사를 가지 않았음 : '적절히 판단한다'는 발언만으로는 향후 참배 여부를 명확히 가늠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음 - 다카이치 총재가 오는 19일까지 진행되는 야스쿠니신사 추계 예대제(例大祭·제사) 때는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 보임 : 일본 언론에 따르면 그는 지난 17일 야스쿠니신사를 찾는 대신 공물 대금을 봉납했음 : 현직 각료 시절에도 패전일과 봄·가을 예대제에 정기적으로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했던 그로서는 이례적 행보라고 할 수 있음 - 다카이치 총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보류하려는 데에는 외교 등 외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임 : 그는 총리로 취임하면 곧바로 외교전에 뛰어들어야 함 : 당장 이달 26일 말레이시아에서 아세안(ASEAN·동남아시아국가연합) 정상회의가 열리고, 27일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할 예정임 : 오는 31일에는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(APEC) 정상회의가 열림 : 야스쿠니신사 참배 보류에는 외교 무대 데뷔를 앞두고 굳이 갈등 요소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임 :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한국, 중국은 물론 미국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음 - 다카이치 총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매우 강한 애착을 보여온 만큼 총리 재임 기간 중 갑작스레 참배에 나설 것이라는 불안감은 가시지 않음 : 게다가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는 '보수로의 회귀'를 바라는 의원과 당원의 마음이 확인됐음 : 다카이치 총재는 보수층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주저하지 않고 야스쿠니신사를 찾아갈 가능성이 큼 - 그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는다 해도 : 내년 2월 '다케시마(竹島·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)의 날'에 차관급인 정무관 대신 장관인 각료를 보낼 수도 있음 : 일본 정부는 이 행사에 13년 연속 정무관을 참석시켰으나, 다카이치 총재는 지난달 27일 "대신(장관)이 당당히 나가면 좋지 않은가"라고 주장했음 : 각료 파견 시 한일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될 수밖에 없음 - 이러한 우려에도 다카이치 총재가 역사·영토 현안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옴 : 이 역시 근거는 외적 요인에 있음 : 자민당이 소수 여당이어서 야당과 협력이 필요하고 운신의 폭도 권력 기반이 공고했던 아베 전 총리 집권 시기처럼 넓지 않다는 시각이 있음 : 북한, 중국, 러시아가 밀착하는 상황에서 양호한 한일관계, 한미일 협력이 일본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언행을 자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도 있음 : 온건한 역사 인식을 드러낸 이시바 총리도 취임 이후 '아시아판 나토(북대서양조약기구·NATO)' 구상, 미일지위협정 개정 등 의원 시절 지론을 꺼내지 않았음 : 총리는 제반 사정을 두루 고려해 행동하고 정책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임 - 다카이치 총재도 민감한 안보 현안에서 이시바 총리처럼 소신을 굽힐지 궁금함 : 그가 극우에서 온건 실용주의로 노선을 바꾼 것으로 평가받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비슷한 길을 가기를 기대함 ○ 링크 - 다카이치일본총리에대한불안과기대[연합뉴스, 2025.10.18.]