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기고] 역사 왜곡이 ‘고착화’ 되기 시작한 일본교과서와 내년 학습지도요령 개정[세계일보, 2026.04.14]
◎ [기고] 역사 왜곡이 ‘고착화’ 되기 시작한 일본교과서와 내년 학습지도요령 개정 [세계일보, 2026년 4월 14일] ○ 박한민 동북아역사재단 교과서연구센터장 - 지난 3월24일 오후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고등학교 교과서 역사지리와 공민 과목의 검정 결과를 발표했음 : 이번 발표에서 세계사탐구 6종, 일본사탐구 6종, 지리탐구 3종, 정치․경제 5종이 합격했음 : 우익 성향의 레이와서적(令和書籍)에서도 역사총합 1종, 세계사탐구 1종, 일본사탐구 2종을 검정 신청했지만 2024년 추가로 검정을 통과한 중학교 역사교과서와 달리 모두 불합격했음 - 이번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에서 특히 우려되는 점은 역사 기술의 퇴행이 이제는 ‘고착화’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임 : 2022년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는 2018년 학습지도요령에 기초하면서 교과서 기술상 표현을 수정하도록 지적을 받은 곳이 적지 않았음 : 2025년에는 2022년에 이어서 학습지도요령에 따라야 하는 두 번째 교과서 검정 신청이 있었음 : 올해 결과 발표 후 공개된 검정신청본에서 세계사탐구와 일본사탐구의 독도, 강제동원, 일본군 ‘위안부’ 관련 기술은 학습지도요령과 해설, 그리고 2021년 ‘각의 결정’의 내용이 거의 다 반영되었음 : 이전 교과서에서 사용되었던 ‘강제연행’ 같은 표현은 사라지고, ‘각의 결정’이라는 정치적 결정에 속박되어 ‘동원’이라는 표현으로 수정이 가해졌음 : 이를 통해 일본 정부의 전쟁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작업이 문구 수정을 통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음 - 독도에 대하여 일본교과서에서는 ‘일본의 고유영토’로 ‘1905년 시마네현에 편입’되었는데, ‘한국이 불법점거’하고 있다고 서술함 : 이어서 일본은 한국에 국제사법재판소(ICJ) 회부를 세 차례 제안했지만, 한국 정부에서 여기에 응하고 있지 않다는 식의 표현이 교과서마다 거의 비슷하게 기술돼 있음 : 2022년과 2026년 두 차례에 걸친 검정 결과 발표는 학습지도요령과 ‘각의 결정’에 기초한 일본 정부의 견해가 ‘법적 구속력’을 가지면서 교과서라는 공교육의 틀을 통해 관철되기 시작하였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려가 됨 - 최근 일본교과서 검정의 또 다른 위험한 특징은 젊은 세대의 인식을 장악하려는 정교한 시각 매체의 활용 전략에 있음 : 지리탐구나 정치․경제 교과서 등에서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 세밀한 경계선을 긋고, 독도를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(EEZ) 내 자국 영해로 표시하는 디자인이 대표적임 : 올해 검정에서는 지리탐구에 기존에 없던 독도 사진이 추가되기도 했음 :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읽기 전, 학생들은 지도와 더불어 사진 등의 시각 자료를 통해 독도를 일본의 영토인 것처럼 무의식중에 수용하게 됨 : 교과서 곳곳에 새로 도입되기 시작한 QR코드는 학생들이 도쿄에 위치한 영토·주권전시관 같은 대국민 홍보기구로 접속하여 실감영상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향후 연계시킬 가능성이 있음 : 교실 안 교과서와 교실 밖 홍보 창구를 실시간으로 연동시켜 젊은 세대가 정부의 논리에 익숙하게 만드는 교육 방향은 미래 세대를 보편적 가치가 아닌 국가가 설계한 틀 안에 사고를 가두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 - 내년에는 일본 정부에서 학습지도요령 개정판을 새로 발표할 예정임 : 교과서 검정의 최상위 지침인 학습지도요령은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교과서 집필자와 출판사가 일본 정부의 서술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 검정을 통과할 수 없음 : 쉽게 예단할 수 없지만, 내년 개정안이 그간의 왜곡된 성과를 바탕으로 영토에 대하여 좀 더 세부적인 표현 문구를 추가하고, 지도상의 시각적 효과를 더욱 세밀하게 강제하며, 일본 정부의 식민지에 대한 책임을 희석하는 방향으로 서술이 개악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임 : 향후 학습지도요령이 어떻게 개정되는지에 대하여 지속적인 관찰과 주시가 필요함 : 내년에 새로 발표될 일본 정부의 학습지도요령 개정판이 갈등의 씨앗이 아닌 공존의 안내서가 될 수 있도록, 한일 양국 시민사회와 학계의 입체적이고 끈기 있는 문제 제기, 소통과 대응이 필요한 시점임 ○ 링크 - 역사왜곡이고착화되기시작한일본교과서와내년학습지도요령개정[세계일보, 2026.04.14]