일본인 교사가 '독도'를 정답 처리한 이유[오마이뉴스, 2026.04.14.]

  • 등록: 2026.04.15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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◎ 일본인 교사가 '독도'를 정답 처리한 이유
[박은영의 일본 앞담화] '독도'를 아이들에게 자국 영토로 가르치고 있는 일본 ①
[오마이뉴스, 2026년 4월 14일]

○ 일본인 교사가 '독도'를 정답 처리한 이유

- "지금 통화 괜찮아?"
: 일본에 있는 한국인 지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음
: 고민거리가 있다기에 들어보니, 중학생 딸이 교우 관계 문제로 학교 가기를 싫어한단고 함
: "무슨 일 있었어?" / "그게... 독도 때문에."

- 사정은 이랬음
: 사회과 수업에서 "독도는 일본 땅이고, 한국이 불법 점거 중"이라는 내용을 다뤘음
: 수업이 끝나고 같은 반 아이 몇이 "너희 나라는 왜 그래?"라며 시비를 걸어와 가벼운 언쟁이 있었고, 이후 딸이 등교를 거부한다는 이야기였음
: 지인은 학교를 옮겨야 할지 고민이라며, 그래도 '할 말은 해야겠다' 싶어 아래와 같은 편지를 써서 학교 측에 보냈다고 말했d,a
: "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이런 발언을 들어야 하는 것은 차별이며, 독도가 분쟁 지역이라면 한국 측 주장도 가르치는 게 균형 잡힌 교육이라 생각한다. 외국인 재학생들의 입장도 배려해 달라."

- 나는
: "학교 측에서 답이 오면 알려달라"라고 말하고 착잡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음
: 그 길로 아이 방에 들어가, 책장에 꽂힌 사회과 교과서를 펼쳐봤음
: 아니나 다를까
: '독도'가 '다케시마'로 표기돼 일본 전도에 수록되어 있었음

◇ 요즘 일본 아이들이 '독도'에 대해 잘 아는 까닭

- 일본 아이들이 '독도'에 대해 처음 배우는 것은 초등 5학년 사회과 수업임
: 영토 문제를 다루는 단원에서 러시아와 분쟁 중인 쿠릴 열도(혹은 북방 영토), 중국과 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(중국명 댜오위다오)와 함께 한국과 '분쟁' 중이라 주장하는 '독도'가 등장함
: 교과서와 담당 교사에 따라 표현의 차이는 있겠지만, 중학교에 진학하면 한국이 독도를 '불법적'으로 점거 중이라는 것이 강조됨
: "일본은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인 해결을 추구하지만 한국이 응하지 않고 있다"라는 말도 잊지 않음

- 당장 내년이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첫째부터, 엄마의 나라 한국이 일본 땅을 불법 점거 중이라 배우게 되는 것임
: 우리 아이는 어떤 마음으로 이 수업을 듣게 될까
: 또한 아이 엄마가 한국인인 것을 아는 친구들은 어떤 눈으로 아이를 바라볼까
: 지금까지 지인들을 통해 독도에 얽힌 이야기를 듣기만 했지, 정작 나와 내 가족의 문제로 고민한 적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음
: 이번 기회에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'독도'에 대해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음

- 먼저 일본인 남편에게 물었음
: "학교 다닐 때 독도에 대해 배웠어?" / "전혀."
: 남편이 독도를 인식한 것은 2005년 '다케시마의 날'이 제정되었을 때라 했음
: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기억은 없다고 함
: 심지어 남편은 일본이 독도를 편입했다 주장하는 시마네현 출신임에도 말임
: "정치가나 활동가들 말고 일반인들은 독도에 관심도 없을 걸?"
: 남편은 일본인은 정치와 종교 문제와는 거리를 두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음
: 하긴 내 주변만 해도 독도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여럿 있으니, 남편 말이 아주 틀린 것도 아니었음

- 일본 국민들의 관심 여부와는 관계없이 독도를 둘러싼 일본 정부의 주장은 해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고 느낌
: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교육임
: 지난 2008년 문부과학성이 사회과 '학습지도요령 해설서'를 개정해 독도는 일본 영토이고, 한국이 불법 점거 중이라는 내용을 포함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음
: 이후 제작되는 대부분의 교과서는 해당 내용을 반영하고 있음
: 지금 30대 이하의 일본 젊은이들이 윗세대보다 '독도'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은 이 때문임

◇ 나이토 교수의 소신

- 교과서 말고도 독도와 관련된 일본의 대부분의 출판물들은, 일본 정부와 목소리를 같이 함
: 실제로 집 근처 도서관에서 독도를 주제로 한 책을 찾아봤음
: 학술서, 소설, 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서적이 있었는데, 이들 대부분은 일본 정부의 주장을 지지하거나, 심화시키고 있었음

- 이 가운데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치는 책이 있어 눈길을 끌었음
: <사적(史的) 검증 다케시마, 독도>라는 책으로, 이미 <한일 전문가가 본 독도>(다다미디어, 2006)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도 출판됐음
: 해당 서적은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비판하며 관련 사료(史料)들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음

- 이 책이 일본 내에서 화제를 모은 이유가 있음
: 출판사가 '이와나미쇼텐(岩波書店)'이기 때문임
: 이와나미쇼텐은 1913년 설립된 일본의 대표적인 출판사로, 일본의 지성과 양심을 대표하는 존재임
: 그런 이와나미가 '독도'를 주제로 한 책, 그것도 정부와 상반되는 주장을 담은 책을 출판한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었음
: 독자들에게 정부의 주장을 맹종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임

- 저자는 나이토 세이추(内藤正中)라는 인물임
: 그는 독도가 편입되어 있는 시마네대학에서 오랫동안 교편을 잡은 역사학자임
: 나이토 교수는 시마네 근방의 향토 자료관에서 발견한 독도에 관한 사료가 일본 정부의 주장과 다른 것을 알고 독도 연구에 뛰어들었음
: 그는 "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"며 "독도는 한국 땅"이라는 입장을 줄곧 견지하다 지난 2012년 생을 마감했음

- 나이토 교수가 이 책을 출판한 것은 2007년 4월이었음
: 다케시마의 날이 지정된 후 일본 내에서 독도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을 때고, 제1차 아베 내각이 출범해 한일 간 갈등이 고조된 시기이기도 함
: 이런 상황에서 그가 "독도는 한국 땅"이라 목소리를 내기에는 적잖은 용기가 필요했으리라

◇ 한국 아이들의 용기와 양심적인 일본인들

- 나이토 교수의 소신 있는 발언은 일본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?

- 나는 일본 거주 중인 한국인들이 겪은 또 다른 '독도 일화'들을 떠올렸음
: 사립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한국 아이가 시험 문제에 '다케시마' 대신 한국어로 '독도'라고 적어 제출했음
: 그런데 일본인 교사가 이 답안을 정답 처리했음
: 학생이 교사에게 연유를 물으니 다음과 같이 답했다고 함
: "일본에선 이걸 다케시마라고 하지만, 너에게는 독도가 맞아."
: 한국어를 모르는 교사는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답안을 확인하고, 빨간 펜으로 크게 동그라미를 그렸음
: 그는 "역사의 해석은 항상 어려운 문제이고, 상대방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해"라며 학생의 작은 용기에 힘을 실어 줬음

- 그뿐이랴
: 어느 고령의 일본인 여교사가 "독도는 한국 땅이고, 역사에 관해서는 일본이 잘못한 게 많다"라고 말했다는 이야기, '일본해'를 '동해'로 적은 한국 아이의 답안을 정답 처리 한 교사의 이야기도 떠올랐음
: 이같이 양심 있는 일본인들이 존재하는 배경에는,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진실을 알리겠다는 나이토 교수같은 이들의 노력이 녹아있음이 분명했음
: 동시에 미움 받고 소외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"독도는 한국 땅"이라 말하는, 일본에 있는 한국 아이들의 작은, 아니 큰 용기가 나를 부끄럽게 했음
: 오랜 시간 일본에 살면서도 나는 독도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, 목소리를 내지도 않고 살아왔기 때문임

- 자, 나는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?
: 마침 4월 초 봄방학에 아이들과 함께 남편 고향인 시마네에 방문할 예정이었음
: 이번에는 10년 넘게 시마네를 다니면서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곳을 찾아가기로 했음
: 나는 아이들에게 "이번에 할머니 집에 갈 때는 특별한 장소에 방문하게 될 것"이라 예고하고, 여행 짐을 꾸리기 시작했음

- 이제 일본 속 '독도'를 만나러 갈 시간임
(*2편에서 계속됩니다)

○ 링크 - 일본인교사가독도를정답처리한이유[오마이뉴스, 2026.04.14.]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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