'다케시마 자료실', 일본인 시어머니에게 물으니... 진실은 이랬다[프레시안, 2026.04.15.]
◎ '다케시마 자료실', 일본인 시어머니에게 물으니... 진실은 이랬다 [박은영의 일본 앞담화] '독도'를 아이들에게 자국 영토로 가르치고 있는 일본 ② [프레시안, 2026.04.15] (*1편에서 이어집니다) ○ '독도'를 아이들에게 자국 영토로 가르치고 있는 일본 - "저희 비행기는 지금 이즈모 공항에 도착했습니다. 이곳은 지금 벚꽃이 만개했다고 합니다. 건강에 유의하시고 즐거운 여행 되시기를 바랍니다." - 안내 방송에 맞춰 창밖을 바라보니 활주로 넘어 연분홍 풍경이 펼쳐짐 : 시마네(島根)현 이즈모 공항까지는 동경 하네다 공항에서 한 시간쯤 걸림 : 일본 본토 서쪽에 위치한 시마네현은 인구 65만 명 규모의 현으로, 전국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적은 현임 : 이곳은 '신화의 고장'이라고도 불림 :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 중 하나인 이즈모타이샤(出雲大社)가 있기 때문임 : 이 신사는 '인연의 신'을 섬기는데, 매년 음력 10월이면 전국의 신들이 이곳에 모여 사람들의 인연을 잇는 회의를 한다고 전해짐 : 때문에 이 시기를 시마네에서는 신유월(神有月), 다른 지역에서는 신무월(神無月)로 부르는 전통이 남아 있음 ◇ "시마네에 그런 곳이 있었어?" 시어머니의 의아함 - 이 같은 신화적 상징성에도 불구하고, 시마네는 일본 내에서 가장 인지도가 낮은 지역 중 하나임 : 교통이 불편해 관광 산업 개발에도 한계가 있고, 대도시와 접근성이 나빠 일자리도 부족하기 때문임 :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도시로 빠져나감 : 때문에 지방 소멸을 말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현이기도 함 - 일부에서는 이 같은 배경 때문에 시마네가 지역 부흥을 위해 독도를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함 : 독도를 통해 일본은 물론 국제 사회의 관심까지 모을 수 있기 때문임 : 지난 2005년, 2월 22일을 '다케시마의 날'로 지정한 움직임도 중앙 정부가 아닌 시마네현에서 시작됐음 -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'독도. 돌아오라 섬과 바다'라는 거대한 간판이 서 있었음 : 공항에서 차로 30분쯤 남편의 고향집에 가는 길 곳곳에서, 비슷한 간판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음 : 독도를 의식하기 시작하자,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음 - 저녁 식사 시간, : 내일 일정을 물으시는 시어머니께 "다케시마 자료실에 좀 다녀오겠다"라고 했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으심 : "시마네에 그런 곳이 있었어?" - 자연스레 대화 주제가 독도로 옮겨갔음 : 시어머니의 친척들은 대대로 어업에 종사했었는데, : 독도 근처 바다는 멀기도 하고 한국 땅이라 여겨 잘 가지 않았다며 "시마네 사람들 대부분 독도에 관심도 없어. 관광객들 중에는 한국인들도 많은데... 정치하는 사람들이 문제지 뭐..."라며 말끝을 흐리심 - 다음 날. 아침부터 부슬비가 내렸음 : 아이들과 함께 '다케시마 자료실'을 찾았음 : 시마네의 대표적 관광지인 마쓰에성(松江城) 근처에 위치한 이곳은 원래 현립 박물관으로 쓰이던 건물이라 함 : 작은 박물관을 상상하며 찾아갔는데, 말이 '자료실'이지 회의실 몇 개를 붙여 만든 것 같은 협소한 공간이었음 -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자료실을 찾은 사람은 나와 아이들뿐이었음 : 문을 열고 들어가자 구석에 앉아있던 젊은 남성 직원이 벌떡 일어나 인사를 건넴 : 이곳에 오기 전, 한국 사람들은 여권 검사를 한다거나 한국어를 쓰면 안 된다는 등의 방문객 리뷰를 읽었던 터라 괜히 의식이 됐음 : 아이들이 함께라 그런지 직원은 별다른 경계심 없이 반갑게 맞아주었음 -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전시실을 둘러봤음 : 전시물은 대부분 문서 자료로 구성되어 있었음 : 일본 고문서들의 사진과 함께 '독도는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'라는 주장이 쓰인 패널을 지나자, 나지막한 책장을 둔 공간이 나타났음 : 책장에는 일본어로 된 학술지, 고문서들이 꽂혀 있었음 : 무슨 용도에서인지 독도를 다룬 한국어 서적들도 몇 권 꽂혀 있음 ◇ "감사합니다"라는 나의 인사 - 가장 눈에 띄는 곳에는 한국어 엽서들이 전시되어 있었음 : 자세히 들여다보니 '조치원 여자 중학교 학생들이 독도는 한국 땅이라 주장하며 보내온 엽서'라 쓰여있음 : 엽서 옆에는 '다케시마 문제 연구원' 좌장이라는 시모조 마사오(下條正男)씨가 해당 학교로 보냈다는 답장도 함께 전시되어 있음 : A4 사이즈 2페이지 분량의 편지였고, 일본어 원본과 한국어 번역본이 함께 전시되어 있었음 - 시모조씨는 해당 편지에서 : "한국 측이 독도를 한국 땅이라 말하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"라며 : 학생들에게 "타인의 의견에 맹종하지 말고, 자신의 눈으로 보고 확인해 생각하는 습관을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"라고 자못 훈계조로 말하고 있었음 : 그의 답장은 "문헌 비판에 대한 성과나 보고를 엽서나 편지로 또 보내달라"로 끝맺고 있었음 - 엽서 바로 뒤 공간에는 시마네현의 일본인 학생들이 한국의 '독도 체험관'을 방문한 내용이 전시되어 있었음 : 한국 측 주장을 공부할 목적의 '수학(修學)여행'인가 싶어 들여다보니, : "한국이 얼마나 열심히 독도 교육을 하고 있는지" 보고, "일본 외의 해외 방문객들을 의식한 전시가 얼마나 있는지 살펴보러 갔다"라고 적혀 있음 - 학생들의 감상도 첨부돼 있었는데 : "근현대 자료는 적고, 고지도와 일본 정부의 지령 등에 관해 잘못된 해석을 하고 있었다", : "일본보다 예산이 넉넉한 것처럼 보여 일본 정부는 한국 측의 독도 교육에 위기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"라는 의견 등이었음 - 착잡한 마음으로 아이들의 감상문을 읽고 있자니, 글자밖에 없는 전시가 지루한지 아이들이 그만 나가자고 성화임 : 담당 직원은 "다음에 또 오라"며 아이들에게 기념품을 건넸음 : 한때 독도에 서식했던, 일본인들의 과도한 포획으로 멸종한 바다사자가 그려진 스티커, 독도까지는 시마네에서 158km라 적힌 자석, '다케시마는 시마네의 보물, 우리 영토입니다'라고 적힌 볼펜 등이었음 - '시마네의 보물'. 과연 그럴까? : 시마네 사람들은 정말 독도를 자신들의 보물 같은 존재로 생각하고 있을까? :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한 자료실을 뒤돌아보며, 쉽사리 해결될 것 같지 않은 한일 간의 독도 '논쟁'이, 무의미한 '분쟁', 어리석은 '전쟁'으로 이어지지 않게 되기를 기도했음 - 아이들 손을 잡고 자료관을 나섰음 : 아이들에게 웃으며 인사하는 직원에게, 나도 미소 지으며 한국어로 "감사합니다"라 인사했음 : 그는 짐짓 놀란 얼굴을 하더니, 이내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함 : 나 역시 마주 보고 정중히 고개를 숙였음 - 밖으로 나오니 비는 그치고, 하늘은 말갛게 개어있었음 : 자료실 입구로 젊은 남성 하나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음 : 방문객인가 싶어 유심히 바라보니, 그는 주차장에 만개한 벚나무 앞에서 사진 한 장을 찍고 돌아 나섰음 : 시마네의 보물, '다케시마' 자료실에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말임 ○ 링크 - 시마네현죽도자료실[프레시안, 2026.04.15.]