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르포] 독도에 안부를 묻다…“간밤엔 잘 잤니?”[데일리안, 2024.06.27.]

  • 등록: 2024.07.0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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◎ [르포] 독도에 안부를 묻다…“간밤엔 잘 잤니?”
세종에서 독도까지 17시간 여정 / 높은 파도에 입도 실패했지만 ‘감동’
오랜 풍파 속 외로웠을 독도 / 방파제 논란만큼은 쉬이 보내길
[데일리안, 2024년 6월 27일]

○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뱃길을 따라 약 200리(87.4㎞)를 내달리면 만나는 섬

- 육지에서 가장 가까운 직선거리로도 214㎞나 떨어진 이곳은 우리에게 늘 안타까움과 미안함, 그리고 웅대한 자부심을 심어주는 곳

- 지난 24일 밤 11시 30분 경북 포항 영일만 여객터미널을 출발한 여객선
: 이튿날 오전 6시 40분께 울릉도 사동항에 도착했음
: 비몽사몽 배에서 내린 환경부 출입기자단 34명은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울릉공항 건설 현장을 잠깐 둘러봤음

- 사동항에서 오전 9시 다시 배에 오른 일행은 망망대해를 내달렸음
: 기대와 달리 높은 파도가 기자단을 맞았음
: 울릉군청 관계자가 사전에 멀미약을 꼭 챙겨 먹으라고 당부한 이유를 몸으로 깨달았음
: 출렁이는 파도와 몰려오는 졸음, 매스꺼운 멀미 증세까지 겪어가며 2시간 50분을 달린 끝에 눈앞에 작지만 웅대하고, 아름다우면서 신비로운 섬 독도의 황홀경이 펼쳐졌음

- 기자단은 높은 파도로 독도에 발을 내딛지 못했음
: 울릉도 출발 때부터 예고했던 부분임
: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데, 조금 부족했던 모양임
: 접안을 포기한 배는 독도 주변을 한 바퀴 배회했음
: 깎아지른 절벽과 수십만 년 세월 동안 파도가 새겨놓은 그림 같은 모양들은 ‘절경’이란 표현으론 부족했음

- 갑판으로 나간 기자단은 사진기와 휴대전화를 꺼내 들기 바빴음
: ‘와~’하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독도의 풍광을 최대한 열심히 담았음
: 동도와 서도, 그사이 작은 섬들까지 홀대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음

- 10여 분쯤 흘렀을까?
: 정신없이 사진을 ‘박제’하기 바쁜 기자단에 항해사의 외침이 들려왔음
: “이제 돌아가야 합니다. 객실로 들어가 주세요.”
: 독도를 디뎌보지 못한 기자들에겐 외면하고 싶은 소리였음
: 세종에서 포항, 울릉도를 거쳐 대략 17시간에 걸쳐 달려온 길이었기에 아쉬움은 더 컸음

◇ 독도 방파제 설치, 갑론을박 여전

- 독도는 항상 부침을 겪어온 곳임
: 홀로 동해에 우뚝 서 외로움과 싸워온 독도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, 어떤 나라의 말도 안 되는 우격다짐으로 늘 분쟁의 중심에 놓여야만 했음

- 그런 독도가 최근에 또 다른 갈등 속에 빠져 있음
: 방파제 설치 문제임
: 독도 방파제 건설은 선박 접안 시설 주변에 파도를 막을 수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하는 내용임
: 방파제 목적은 단순함
: 날씨 영향 없이 사람들이 언제나 독도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임
: 굳이 3대가 덕을 쌓지 않아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마음껏 독도 땅을 디뎌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임
: 이는 독도가 ‘우리 땅’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기능도 함

- 반대 의견도 있음
: 태곳적 환경 그대로를 간직하는 독도에 인공 구조물인 방파제를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반박임
: 독도의 상징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수십만 년에 걸쳐 쌓아온 아름다움, 그 자체를 해친다는 주장임

- 독도 방파제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님
: 2000년대 후반부터 논의를 시작해 20년 가까이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음
: 무엇보다 찬성과 반대 양측 모두 독도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관계자들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음

- 이날 배 위에서 독도를 한참 바라보며 떠올린 궁금증은 하나였음
: 방파제 설치에 대해 독도는 무슨 생각을 할까?
:물론 답을 들을 수 없는 물음임
: 하지만 굳이 답을 듣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음
: 여태껏 그래왔듯, 지금처럼 그 자리 그렇게 잘 지내줬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음
: 우리 땅 독도는 내일도 오늘처럼 그저 잘 지내주기만 하면 그걸로 족했음

- 아쉬움을 잔뜩 실은 배는 육지로 향했음
: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돌아오는 배에서 혼자 조용히 노래 한 곡 읊조렸음
: “저 멀리 동해바다 외로운 섬, 오늘도 거센 바람 불어오겠지. 조그만 얼굴로 바람 맞으니,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.” - 홀로 아리랑(한돌이 작사·작곡) 중 일부

○ 링크 - 독도에안부를 묻다[데일리안, 2024.06.27.]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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