◎ 독도 자생식물에 日 제국주의 식물학자 이름이…국제식물학회서 이름 바꿀까
스페인 마드리드서 열린 학회, 명명법 개정 논의
흑인 인종차별 뜻 담긴 ‘카프라’ 대신 ‘아프라’
[조선비즈, 2024년 7월 23일]

○ 독도와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한반도 고유 식물인 섬기린초에는 일제 강점기의 흔적이 남아있음

- 섬기린초의 학명(學名) ‘세둠 다케시멘세 나카이(Sedum takesimense Nakai)’
: 세둠은 돌나물속(屬)을 의미하며 종명(種名)인 다케시멘세는 일본이 독도를 부르는 다케시마에서 비롯됐음
: 나카이는 일제 강점기에 한반도에서 연구한 일본 식물학자의 성임
: 섬기린초의 학명은 ‘나카이가 발견한 돌나물속 다케시마 고유종’이란 뜻임

- 섬기린초처럼 식민주의의 흔적이 식물 이름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열렸음

- 지난 19일(현지 시각)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20회 국제식물학회에서는
: 인종차별 표현이 들어간 식물 수백 개의 학명을 바꾸고 특별 위원회를 꾸리자는 제안이 통과됐음
: 누군가에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학명 규칙이 바뀌는 건 처음임
: 국제식물학회 투표 결과에 따라 흑인을 깎아내리는 표현에서 유래한 ‘카프라(caffra)’라는 표현은 아프리카에서 유래했다는 의미의 ‘affra(아프라)’로 대체됨

- 식물, 균류, 조류를 포함해 약 200종 이상의 이름이 바뀜
: 2026년부터 새로 명명되는 식물의 이름을 결정할 특별 위원회가 꾸려짐
: 지금까지 식물 종의 이름은 발견한 과학자가 붙였지만, 앞으로 모욕적이거나 문화적으로 부적절한 이름일 경우 거부할 수 있음

- 식물학자들은 이번 결정을 ‘전례 없는 명명법 개혁의 첫 단계’로 보고 있음

- 케빈 티엘 서호주대 교수, 국제 학술지 ‘네이처’에
: “2026년 이전에도 식물 학명에 같은 규칙이 적용돼야 한다”
: “노예 제도를 옹호한 조지 히버트의 이름을 딴 꽃 히버티아와 같은 학명들도 변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”고 주장했음

- 이번 국제식물학회 명명법 세션에 참여했던 손동찬 국립수목원 연구사
: “처음에는 인종차별주의자나 식민주의를 지지하는 사람 이름을 학명에서 빼자는 주장이 있었으나 이번 회의에서는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표현을 쓰지 말자는 것으로 결론 지어졌다”
: “명명법은 계속 수정될 수 있는 부분이라 또 다른 문제점이 발견되든지 요구가 있다면 논의가 더 진행될 것”이라고 말했음

- 앞으로의 논의에 따라 한국 자생식물의 학명도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음
: 2019년 산림청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섬기린초, 섬초롱꽃을 포함한 한반도 특산 식물 527종 중 327종에 일제강점기 때 식물분류학자 나카이 다케노신의 성이 들어가 있음
: 나카이 다케노신은 조선총독부의 지원을 받아 한반도의 식물을 조사했음
: 순수한 과학 연구보다는 식민 지배를 위한 식생 조사작업으로 추측되는 만큼 학명에서 그의 이름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음

- 국내에서도 일본 제국주의의 잔재를 없애기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, 전 세계가 사용하는 학명까지 바꾼 사례는 없음
: 나라마다 사용하는 ‘국명(國名)’이나 학계에서 자주 쓰이는 ‘영명(英名, 영문 이름)’을 바꾸는 데 그쳤음
: 식물의 학명은 국제적인 약속에 따라 한번 정해지면 바꿀 수 없기 때문임
: 2022년 국립수목원은 3·1절을 앞두고 자생식물의 일부 영명에서 ‘일본(Japan)’을 빼기도 했음

- 손동찬 연구사
: “학명에서 불쾌한 표현을 빼기로 합의됐지만 식물을 발표한 사람의 이름이 학명에 들어가는 건 명명규약이 생긴 이래 쭉 지켜온 약속”
: “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식물 학명을 붙인 사람이 일본 학자라 (학명을) 거부한다는 건 아직 무리가 있긴 하다”고 말했음

- 이번 국제식물학회에 앞서 일부 식물학자 사이에서는 논란 여지를 없애기 위해 학명에 사람의 이름을 넣는 관행을 없애자는 의견까지 나왔음

- 식물학회에서 명명법 세션을 주도한 샌디 냅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, 영국 가디언지에
: “식물학자들인 내린 결정은 생물 명명에 참여하는 과학계 구성원들이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”
: “이번 결과는 첫걸음으로 앞으로 규칙들을 더 많이 바꿔가야 한다”고 밝혔음

- 식물과 달리 동물의 이름은 아직 요지부동임
: 국제동물명명위원회(ICZN)는 “이름은 바꾸더라도 미래의 시각에 따라 또 적절치 않게 여겨질 수 있다”며 규칙 변경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음
: 일부 연구자들은 아돌프 히틀러의 이름을 딴 딱정벌레 ‘아놉탈무스 히틀러리’의 예를 들며 규칙을 변경해야 한다고 보고 있음

◇ 참고 자료
Nature(2024), DOI: https://doi.org/10.1038/d41586-024-02337-1
Nature(2024), DOI: https://doi.org/10.1038/d41586-024-02365-x
Science(2024), DOI: https://doi.org/10.1126/science.z3dptab

○ 링크 - 독도자생식물에일본제국주의식물학자이름이[조선비즈, 2024.07.23.]