‘풍덩’ 독도에 입수한 다이버들…“가장 맑은 바다, 풍성한 생태계 지킬 수 있었으면”[경향신문, 2025.06.26.]
◎ ‘풍덩’ 독도에 입수한 다이버들…“가장 맑은 바다, 풍성한 생태계 지킬 수 있었으면” [경향신문, 2025년 6월 26일] ○ 수심 5m 깊이로 내려가자 ‘해초 숲’이 너울거렸음 - 모자반과 감태, 대황임 : ‘해초 숲속 오솔길’을 지나며 손바닥만 한 물고기와 수시로 눈이 마주쳤음 : 고개를 들어보면 햇빛에 반사된 하늘빛 수면이 일렁였음 : 더 깊이 내려가자 의외의 것들이 눈에 들어왔음 : 라이터, 납 배터리, 전선 쓰레기 그리고 관광객이 떨어뜨린 것으로 보이는 작은 태극기 깃발이 보였음 : 여기는 독도 바다 속임 - 대한잠수협회(KUDA)가 지난 14~15일 주최한 ‘독도 수중 정화 및 촬영 대회’에 동행했음 : 관광·레저, 산업, 인명 구조 등 다양한 목적으로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이들이 독도 앞 바다의 쓰레기 청소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였음 ◇ ‘꿈의 섬’ 독도 바다를 청소하다 - 독도 입수는 쉽지 않음 : 독도 일원(18만 7,554㎡)은 전체가 천연기념물(독도 천연보호구역)로 지정돼 있음 : 스쿠버 다이빙을 하려면 해양수산부와 국가유산청, 독도 관리사무소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함 :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활동을 승인받아도 날씨가 변수임 : 울릉도 사동항을 출발해 독도로 향하는 배가 뜨는 날은 연평균 180일 정도임 : 배가 독도 접안에 성공하는 날은 1년에 약 150일임 : 한해 30일은 배가 떠도 독도에 닿지는 못한다는 뜻임 : ‘3대가 덕을 쌓아야 독도에 갈 수 있다’라는 말이 전해 내려오는 배경임 - 강원도 강릉 주문진에 사는 함재율씨 : “독도 잠수는 오랫동안 저의 ‘버킷 리스트’(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)였다” : “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이 뜨거워지는 무엇이 독도에 있지 않겠냐”고 울컥했음 - 독도 입도 전날인 14일 울릉도 학포에서 배를 띄워 대풍감·삼막 인근 바다에 입수했음 : 독도 입수를 앞두고 장비와 신체 여건이 잠수에 적합한지 알아보고, 울릉도 앞 바다 쓰레기도 줍기 위해서임 : 이날 낮 수온은 18~19도 : 울릉도 학포 주민 유영민씨, “올해는 윤달이 끼어 수온 상승 속도가 예년보다 한 달가량 늦다”고 말했음 : 바닷가 사람들은 이를 ‘미역이 아직 안 녹았다’고 표현함 : 미역은 냉수성 해조로 여름이 되면 엽상체(식물로 치면 잎에 해당하는 부위) 끝부분이 흐물해지기 시작하는데, 올해 수온은 아직 20도를 넘기지 않았다는 뜻임 - 5mm 수트를 입고 입수하니 처음엔 차가운 느낌이었지만 이내 편안해졌음 : 수심 25~30m까지 내려갔음 : 돌 사이에 낀 폐어구가 여기저기 눈에 들어왔음 : 다이버들은 문어잡이 배가 던졌다가 수거하지 못한 통발을 건져올렸음 - 전국 곳곳의 바다는 조업 쓰레기로 몸살을 앓음 : 채낚기 어선이 주로 다니는 울릉도 앞바다는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임 : 그물망 조업이 주를 이루는 바다에선 폐그물이 무더기로 나옴 ◇ 알록달록 ‘니모’가 올라온다 - 수시로 바다에 들어가는 다이버들은 해마다 높아지는 울릉도 앞바다의 생태 환경 변화를 체감한다고 했음 : 이틀간의 잠수에서 자리돔 떼의 큰 무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음 : 2010년대에만 해도 울릉도에 살지 않던 자리돔은 이제는 이 구역 대표 어종이 되었음 : 몸 길이 70㎝ 안팎의 참돔떼를 목격한 것도 다이버들 사이에서 화제였음 : 통영 앞바다에서나 나오던 참돔떼가 수온이 높아지자 울릉도까지 올라온 것으로 보임 : 제주도나 남해에서 주로 보이는 붉바리와 능성어 개체가 늘어났다는 이야기도 나왔음 : 강원도 강릉에선 이제 열대어도 나타남 - 김윤배 울릉도·독도해양연구기지대장 연구팀 : 이례적으로 뜨거웠던 지난해 여름, 울릉도와 독도 해역에서 첫 서식이 확인된 14종 가운데 8종이 열대성 어류였다고 전했음 : 김 대장, “울릉도·독도 해역은 한반도 주변 해역 중 가장 급격하게 표층수온이 증가하고 있는 곳으로, 이에 따라 해수면도 우리나라 연안 중 가장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”고 설명했음 - 지난해 독도 연안의 표층수온이 20℃를 넘긴 날은 147.2일로 2013년 이후 가장 길었음 : 표층수온이 28℃를 넘었던 날은 28.7일로 관측 이래 가장 길었음 : 기간을 넓혀 보면 변화는 더욱 와닿음 : 1960년대에는 이곳 바다 표층수온이 20℃보다 높았던 일수가 약 83일이었음 : 2020년대에는 연 평균 약 141일임 :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임 - 울릉도가 위치한 동해안은 해수면이 연 평균 3.46mm씩 높아지고 있음 : 관측 지점별로 보면 울릉도의 해수면 상승폭이 연 5.1mm로 전국에서 가장 큼 ◇ 풍성한 바다를 위하여 - “바다 밑에 알록달록한 새로운 물고기들이 좀 있던가요? 떠난 이들이 있으면 새로운 것들이라도 와서 살아야지….” : 40년간 울릉도에 거주한 주민 A씨는 잠수 활동을 마치고 올라온 기자에게 이렇게 물었음 : 찬물에 주로 사는 오징어와 대구는 울릉도 인근 해역의 대표 어종이었으나 지금은 개체수가 급감했음 : A씨는 “텅 빈 바다가 되는 게 가장 큰 걱정”이라고 말했음 - 동해안 바다에 수시로 잠수하는 서원기씨 : “매년 물속 생태계가 빠르게 바뀌는 게 느껴진다”고 했음 : “바다를 즐기려는 사람들을 데려갔는데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 가장 두렵다”고도 했음 - 국내 연안에서도 암반에 석회가 달라붙어 바위가 새하얗게 변하고 해조류가 자라지 못하는 갯녹음(백화) 현상이 빈발하고 있음 : 수온 상승과 환경오염이 주요 원인이다. 해조로 ‘숲’이 우거져야 할 자리가 텅 비게 되면 생태계는 빠르게 무너짐 - 다이버들은 그래도 독도와 울릉도 앞바다가 지금껏 본 국내 어디보다 맑고 깨끗하다고 입을 모았음 - 8년차 다이버 김수진씨 : “암초 구멍 사이에서 동해비늘베도라치를 발견한 게 특히 기억에 남는다” : “앞으로도 국내 바다의 수중 생물을 계속 찾고 기록할 계획”이라고 했음 - 대한잠수협회 : 독도와 울릉도 일대 바다를 청소하고 수중 환경을 기록하는 활동을 매년 펼칠 계획임 : 오는 연말에는 이번 행사에서 촬영한 사진 전시회도 엶 ○ 링크 - 풍덩독도에입수한다이버들[경향신문, 2025.06.26.]