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K-VIBE] 건축가 김원의 세상 이야기 ④...삽살개 앵두 이야기[연합뉴스, 2024.07.09.]

  • 등록: 2024.07.1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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◎ [K-VIBE] 건축가 김원의 세상 이야기 ④...삽살개 앵두 이야기
[연합뉴스, 2024년 7월 9일]

○ 앵두는 삽살개다

- 경북대 생명과학부의 하지홍 교수가 오랜 노력 끝에 1990년 복원에 성공한 한국 재래종 삽살개 1세대가 여덟 마리임
: 그다음 세대가 몇십 마리 있었는데 그중에 여러 마리를 나의 대자(代子)인 이원평 회장이 곤지암 농장에 사다가 길렀음
: 앵두는 그 가족에게서 태어나 주인의 대부에게 현상됐음
: 녀석이 소속된 '경산 삽살개' 종류는 1992년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지정됐음

- 우리나라의 토종견이라면 가장 많이 알려진 게 진돗개이고, 그와 비슷한 풍산개가 있음

- 몇 해 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체 자원센터에서 진돗개의 DNA를 채취해 30억 개에 이르는 유전정보를 모두 해독해 본 결과
: 전 세계 400여 종의 개들 가운데 78종만이 혈통을 구분할 수 있는 유전정보(미토콘드리아 DNA)가 해독됐음
: 30억 개의 유전정보가 해독된 것은 독일의 '복서' (Boxer)견 이래 세계에서 두 번째임
: 이렇게 보면 우리 진돗개가 순수혈통을 가진 한국 토종견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함
: 진돗개는 지구상의 어떤 종과도 확연히 구분되는 순수혈통을 지녔고 특히 일본의 아키타와도 혈통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판명이 됐음

- 근래 우리는 우리 토종견의 대표로 쉽게 진돗개를 생각함
: 진돗개가 그렇게 출세하게된 이유는 일제가 소위 '내선일체'를 부르짖으면서 우리는 원래부터 서로 인종도 같았다는 여러 증거 가운데 하나로 옛날부터 같은 품종의 개를 길렀다는 이야기를 퍼뜨린 데 기인함
: 당시 일본인이 최고로 치는 아키타견(秋田犬)이 진돗개와 닮았다 해서 진돗개를 격상시킴
: 그런 작업의 일환으로 그전까지 토종견의 대표 주자였던 삽살개를 모조리 잡아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임
: 확실치는 않지만, 전국적으로 삽살개 토벌량이 내려져서 약 30만 마리가 도살됐고 그 가죽을 모아 추위에 떠는 만주 주둔 일본군에게 궁둥이 깔개로 제공했다는 것임

- 지금 독도에는 삽살개 두 마리가 살고 있음
: 경북대 유전공학과 하지홍 교수가 1998년에 기증했던 삽살개의 새끼들임
: 하 교수는 전에 '조만간 독도에 삽살개 10여 마리를 데리고 가 지신밟기를 할 계획'이라는 뉴스에도 등장했음
: 거의 멸종돼 가던 한국의 토종개인 삽살개가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헌신적인 노력 덕택임

- 하 교수가 펴낸 '우리 삽살개'(2001)
: 삽살개의 멸종 위기에서부터 보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상세히 밝혀져 있음
: 이 책에 보면 삽살개는 원래 '액운을 쫓는 개'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함
: 삽은 '퍼낸다', '없앤다'라는 의미이고, 살(煞)은 '삿된 기운'을 뜻함
: '삽살'이란 삿된 기운, 즉 액운을 물리치는 개라는 뜻이 됨
: 거슬러 올라가면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귀신을 쫓기 위한 용도의 개로 선호되었던 개가 바로 삽살개였음

- 삽살개의 특징은 털이 길다는 점임
: 그 모습이 사자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해서 일명 '사자개'라고도 불림
: 중국 구화산(九華山)에 지장보살로 모셔져 있는 신라 출신 김교각 스님이 신라를 떠날 때부터 항상 데리고 다녔던 개가 삽살개였음
: 이 개는 죽어서도 구화산의 지장보살도에 같이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개가 됐음
: 조선시대에는 액운을 쫓는 그림인 문배도(門排圖)에 삽살개 그림이 자주 등장했음

- 그만큼 삽살개는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던 개였음
: 일본의 신사나 사찰 입구에도 목조 또는 석조의 동물상이 벽사(僻邪)의 용도로 설치돼있음
: 이 동물을 '고마이누(高麗犬)'라고 하는데, '고려개'라는 의미라고 함
: 한반도에서 당시의 '고려족'이 데리고 왔기 때문임
: 이 개 역시 삽살개의 일종임

- 삽살개가 멸종 위기에 몰렸던 시기는 일제 강점기 때였음
: 1938년 이후로 개의 가죽이 군수품과 생활용품에 필요하다고 해서 진돗개를 제외한 나머지 토종개들을 1년에 수십만 마리씩 도살했음
: 이때 체격이 좋은 대부분의 삽살개가 도살돼 해방 후에는 산간오지가 아니면 삽살개를 발견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음

- 하 교수가 귀신 쫓는 삽살개들을 데리고 독도에 들어가 지신밟기를 하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일임

- 그 외에도 토종견은 종류가 많겠지만 특별히 언급해야 할 만한 놈은 '동경개'라는 종자임

- 삽살개는 경북대 연구팀이 복원을 많이 했음
: 사실 우리나라 토종견의 대표선수가 삽살개라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음
: 춘향전에 나오는 이도령의 어사출두 전날 밤 월매의 집에 초라한 행색으로 찾아간 이도령이 "이 개야 짖지 말라"며 짖어대는 강아지를 나무라는 장면에 나오는 그 맹렬 강아지가 삽살개임
: 삽살개는 긴 털이 온몸을 덮고 눈까지 그 털이 덮고 있어서 그냥 보면 얼핏 귀신같이 보임
: 형태만 보이고 두 눈이 안 보이기 때문임
: 밤에 허연 외곽선만 보이고 늘어진 털 사이로 형광의 두 눈이 불을 켜고 있을 때는 정말 괴기하게 보이기도 함
: 그래서 우리나라 옛 어른들이 가장 좋아한 벽사(劈邪)의 역할을 맡긴 것임

- 진돗개와 삽살개는 아주 특성이 다름
: 우리 집에서 두 녀석을 관찰한 결과만을 두고 보아도 천양지차를 쉽게 봄
: 진돗개는 강하고 사나움
: 삽살개는 외유내강이랄까, 한마디로 외견상 아주 부드러움
: 한 번 화가 나면 걷잡을 수가 없음

○ 링크 - 삽살개앵두이야기[연합뉴스, 2024.07.09.]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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