자위대의 원활한 한반도 진출 위한 수단?[김종성의 '히, 스토리'][오마이뉴스, 2024.07.15.]

  • 등록: 2024.07.1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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◎ 자위대의 원활한 한반도 진출 위한 수단? [김종성의 '히, 스토리']
[김종성의 히,스토리] '한일 원활화 협정'과 그 위험성
[오마이뉴스, 2024년 7월 15일]

○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은 한국인들의 경계심 때문에 용이하지 않음

- 그렇다고 일본이 포기하리라고 볼 수는 없음
: 향후 일본이 어떤 방식으로 이를 추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지난 12일 일본 내각에서 채택된 <레이와 6년판 방위백서>임
: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가능케 하는 법적 수단 하나를 여기서 접할 수 있음

- 2024년판 이번 방위백서
: "국제사회는 전후(戰後) 최대의 시련의 때를 맞이하여", "우리나라를 둘러싼 안전보장 환경도 전후 가장 엄중하고 복잡하게 되었습니다"라는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대신의 발간사 첫 문장으로 시작함

- 이번 백서에도 독도에 관한 공격적 문구가 담겨 있음
: 제1장 '우리나라를 둘러싼 안전보장환경'은 북한·러시아·중국의 위협을 거론하는 대목에서 "우리나라 고유의 영토인 북방영토나 다케시마의 영토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인 채로 존재한다"고 기술함
: 독도 영유권에 관한 한, 일본이 한국과 북·중·러를 구분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임

- 제3장 '방위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3개의 어프로치'에서 자극적인 그림 하나를 보여줌
: 독도 서쪽에 해상 경계선을 그어놓고 조기경계관제기·고정익초계기 등의 군용기를 통해 이 라인을 감시하겠다는 계획을 보여주는 지도임

- 이런 공격적인 내용과 더불어, 한국을 '파트너', '중요한 이웃나라'로 호칭하는 내용도 백서에 나옴
: 한국에 대한 정확한 진의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도록 만드는 일임

- 그런 내용들에 더해, 백서 곳곳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'원활화'라는 단어임
: 자위대 병력 및 물자의 신속 이동과 관련해 이 단어가 사용됨
: 일례로, PDF 기준으로 38쪽에서는 자위대가 공항과 항만을 원활히 이용해야 할 필요성이, 265쪽에서는 자위대가 규슈섬과 타이완섬 사이의 시설들을 원활히 이용할 필요성이 언급됨
: 백서는 이런 원활화가 일본 영토 안에서뿐 아니라 바깥에서도 구현돼야 할 필요성을 강조함

- 이를 위해 제시한 것이 외국과의 원활화 협정임
: 백서는 364쪽에서 이 협정의 개념을 풀이함
: "한쪽 나라의 부대가 다른 쪽 나라를 방문해 협력 활동을 할 때의 수속이나 이 부대의 지위 등을 정함으로써 공동 훈련이나 재해 구조 등 양국 부대 간의 협력 활동의 실시를 원활히 하는 것."

- 방위백서는 이런 협정이 동맹국뿐 아니라 동지국과의 관계에서도 요구된다고 말함
: 전통적인 동맹 개념으로 포괄하기 힘든, 최근 자국이 표방하는 가치외교에 부합하는 동지국들과도 이 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말함
: 364쪽에 나오는 문장임
: "동지국 등과의 연대 강화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관점에서 원활화협정(RAA), 상품·서비스 상호제공협정(ACSA), 방위장비품·기술이전협정 등의 제도적 틀의 정비를 한층 더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."

◇ "일본과 목적을 함께하는지의 관점"

- 2023년 1월 7일 자 <요미우리신문> '히로시마 서미트에 한국 대통령 초대 검토’
: 작년 5월로 예정된 주요 7개국(G7) 정상회의에 한국과 인도·호주도 초청할 것을 검토하는 일본 정부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"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실현을 위해 G7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동지국과의 결속을 내세운다"라고 보도했음
: 동지국과의 결속 강화를 위해 한국 등을 정상회의에 초대하자는 내각의 의중을 전하는 보도였음

- 작년 6월 6일 기자회견 때 하야시 요시마사 당시 외무대신
: "어떤 나라가 동지국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각각의 외교적 과제와 관련하여 일본과 목적을 함께하는지 하는 관점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"고 답변했음

- 동지국은 동맹국에 비해 유동적인 개념이기는 함
: 한국을 '파트너'나 '중요한 이웃나라'로 평가하는 지금 상황에서 기시다 내각이 윤석열 정부를 동지국 개념에서 빼기는 곤란함
: 이는 향후 일본이 한국과의 관계에서 원활화 협정 체결을 검토하게 될 가능성을 생각하게 만듦

- 일본은 호주와 원활화 협정을 체결한 상태에서 2022년 5월 6일 런던에서 이에 관한 성과를 거뒀음
: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와 함께 공군 전투기 분열식에 참석하고 후쿠시마산 음식을 같이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국방 및 무역 협력을 논의하고 원활화 협정 체결에 합의했음
: 작년 8월에는 호주와 체결해 둔 협정이 발효됐음
: 금년 5월 1일에는 프랑스와 협정 체결에 관해 협의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<요미우리신문>에서 나왔음
: 이번 방위백서에는 "2024년 4월 현재 오스트레일리아·영국과의 사이에서 체결돼 있다"고 알려줌

- 백서의 이 문구가 확정된 이후인 지난 8일에는 필리핀과의 협정이 체결됐음
: 이에 대한 반발로 중국은 다음날 센카쿠열도에서 해상 무력시위를 벌였음
: 원활화협정이 단순히 자위대의 이동 편의뿐 아니라 일본군의 영향력 강화도 지향한다는 점이 중국의 격한 반응에서 나타남

◇ 원활화 협정을 주목해야 할 이유

- 이렇게 일본은 동맹국·동지국과의 관계에서 원활화 협정을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고 있음
: 아직은 초기이지만 협정 체결국 숫자가 좀 더 불어나면, 한국과의 체결 문제 역시 테이블 위에 오르지 않을 수 없게 됨
: 일본과 이 협정을 체결한 국가들이 많아지면, 윤 정권이 이에 관한 외교적 압력을 피하기가 어렵게 됨

- 호주나 영국과 맺는 것과 달리, 한국과 맺는 원활화 협정
: 자위대의 한국 진출을 용이하게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 땅에서 국제대전이 발발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음

- 러일전쟁 발발 직후인 1904년 2월 23일 체결된 한일의정서 제4조도 일종의 원활화 협정이었음
: 의정서 제4조는 "대한제국 정부는 대일본제국 정부의 행동이 용이하도록 십분 편의를 공여할 것"이라고 규정했음
: 일본이 한반도에서 원활히 활동할 수 있도록 대한제국의 협력을 요구한 것임
: 다음 항에서, "대일본제국정부는 전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군사적으로 필요한 지점을 수시 사용할 수 있다"고 규정했음
: 이런 규정이 작동하는 속에서 일본은 한반도 근해 등지에서 러시아와 전쟁을 벌여나갔음
: 일본은 이 전쟁에서 승리한 뒤인 이듬해 11월 을사늑약을 강요했음
: 한일 원활화 협정과 그 위험성이 결코 낯선 게 아님을 보여주는 역사적 선례임

- 원활화 협정은 한국의 군사주권을 침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을 또다시 열강의 전쟁터로 전락시킬 수도 있음
: 지금 일본이 동맹국과 동지국들을 상대로 추진하는 원활화 협정이 자위대의 한국 진출과 윤석열 정권의 대일 관계에 어떤 파장을 미치게 될지 주목해야 할 이유임

○ 링크 - 자위대의원활한한반도진출위한수단[오마이뉴스, 2024.07.15.]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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