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기획 르포: 독도가 운다-위기의 생태] “대한민국 영토” 외치던 그 섬 아래 찢긴 태극기 떠밀려 있었다[영남일보, 2026.05.21]
◎ [기획 르포: 독도가 운다-위기의 생태] “대한민국 영토” 외치던 그 섬 아래 찢긴 태극기 떠밀려 있었다 독도 절벽 아래 폐로프·플라스틱 사이 방치된 태극기 강풍·높은 파도에 수거 어려워…“치워도 또 밀려옵니더” 눈에 안 띄는 작은 쓰레기들, 독도 해안 천천히 잠식 [영남일보, 2026년 5월 21일] ○ 기획 르포: 독도가 운다-위기의 생태 - 독도 주변 해역은 차가운 해수와 따뜻한 해수가 만나는 독특한 해양환경을 갖고 있음 : 이 때문에 다양한 어류가 서식함 : 기후변화와 해양쓰레기, 그리고 지리적 접근성의 한계 등으로 인해 독도의 자연환경에 대한 체계적인 기록과 관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음 : 지난 4일 오전 11시26분. 독도 동도 접안장 바닥에는 바닷물이 자작하게 깔려 있었음 : 파도가 밀려와 접안장 끝을 때릴 때면 어김없이 철제 구조물에서 '철퍽' 둔탁한 소리가 울림 : 바닷물은 관광객 신발 밑으로 다시 흘러내림 : 접안장 난간은 군데군데 녹이 슬어 있었음 : 가까이 다가가자 짠내 섞인 비린내와 함께 오랜 시간 젖어 있던 철에서 고약한 냄새가 올라왔음 : "뒤쪽 승객 이동해 주십시오.“ : 확성기 방송은 강한 바람 탓에 절반쯤 끊겨 들려왔음 : 곧이어 무전기 잡음이 섞였음 : 관광객은 난간을 붙잡은 채 휴대전화로 독도 절벽을 촬영하고 있었음 : 몇몇은 작은 태극기를 꺼내 들었음 : 바람이 세게 불자 태극기 끝이 거칠게 흔들렸음 - 난간 아래 검은 절벽 쪽으로 시선을 내리자 바위틈 사이에 무언가 걸려 있음 : 태극기였음 : 손바닥보다 조금 큰 크기임 : 빨간색과 파란색은 이미 바랬고 흰 바탕은 누렇게 변했음 : 끝부분은 실처럼 풀려 있었음 : 태극기 한쪽이 검은 암반 틈에 끼어 있는 가운데, 다른 끝은 파도가 칠 때마다 젖은 바위를 때렸음 : 주변에는 잘게 부서진 스티로폼 조각, 플라스틱 부표 파편, 끊어진 폐로프가 같이 걸려 있었음 - 접안장 주변에서는 태극기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음 : 태극기가 어떻게 독도 절벽 아래 바위틈에 걸려 있는지 짐작이 갔음 : 누군가 흔들다 놓쳤거나, 바람에 날렸을 가능성이 큼 : 독도 날씨가 워낙 변화무쌍해 한 번 바위 아래로 떨어진 쓰레기를 수거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음 - 실제 접안장 아래쪽 경사는 생각보다 훨씬 가팔랐음 : 사람 발 하나 디디기 어려운 구조임 : 검은 화산암 사이로 물보라가 계속 튀어 올랐음 - 독도관리사무소 안전지도팀 이문준(52) 안전지도원 : 바위 아래 태극기를 한참 바라보다가 짧게 말했음 : "와서 흔들고 사진 찍고 간다. 근데 저렇게 남는 것"이라고 했음 - 근처에 있던 독도경비대원들도 : "바람 심한 날은 금방 날아간다. 아래로 떨어지면 위험해서 바로 못 치운다"고 했음 : 독도 접안장은 파도 방향이 조금만 바뀌어도 접근 자체가 쉽지 않음 : 날씨가 나빠지면 입도가 통제되는 날도 많음 : 독도 해안에 남은 작은 쓰레기들이 오래 방치되는 이유임 - 독도 해안에는 육지 해변처럼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지는 않음 : 대신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과 스티로폼 알갱이, 폐어망 같은 것들이 바위틈마다 조금씩 남아 있음 : 문제는 이런 흔적들이 점점 잘 보이지 않는 형태로 남는다는 점임 : 파도와 햇빛을 반복해서 맞은 플라스틱은 더 작은 조각으로 부서짐 : 현장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독도 주변에서 잘게 깨진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조각이 자주 눈에 띈다고 했음 - 바위틈에 걸린 태극기는 파도가 칠 때마다 조금씩 흔들렸음 : 대한민국 최동단 섬을 '상징'처럼 들고 올라온 태극기였음 : 지금은 폐로프와 플라스틱 조각 사이에 걸린 채 젖어 있음 : 일부 부표에는 흐릿한 외국어 글씨 흔적도 남아 있음 : 오래 닳아 정확한 판독은 어렵지만 현장 관계자들은 해류를 따라 떠밀려왔을 가능성을 이야기했음 : "바람 불면 또 들어옵니더." 관계자는 젖은 로프를 발끝으로 한 번 툭 건드렸음 - 독도는 괭이갈매기와 바다제비 같은 해양 조류가 머무는 섬임 :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조각들이 결국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장에서 나옴 : 독도 해안의 변화는 한 번에 크게 드러나지 않음 : 대신 바위틈과 암반 아래에서 천천히 쌓여간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임 - 오전 11시 34분 : 배 출항 3분 전이라는 방송이 다시 나왔음 : 관광객들은 서둘러 줄을 섰음 : 누군가는 태극기를 접어 가방 안에 넣었고, 누군가는 바닥에 떨어진 비닐 조각을 신발로 밀어냈음 : 접안장 아래에서는 선박 엔진 공회전 소리가 계속 울렸음 : 멀리서 본 독도는 여전히 조용했음 : 안개 사이로 검은 절벽만 길게 보였음 : 하지만 독도 절벽 아래에는 파도만이 아니라 사람이 남기고 간 흔적들이 함께 걸려 있었음 ○ 링크 - 독도가운다위기의생태[영남일보, 2026.05.21]